한국초순수학회, ‘창립 2주년 기념 세미나’ 개최

반도체 필수재 초순수, 기술 자립뿐 아니라 미래 기술 선점해 패권 확보해야
초순수 전주기 지원하는 플랫폼 센터 구축 시급…단계적·장기적 국가 지원 필요

10월 26일 K-water 한강유역본부 1층 대회의실에서 열려

4차 산업혁명의 핵심 부품인 반도체 시장을 선점하려는 각국의 경쟁이 치열하다. 우리나라는 세계 반도체 시장의 약 20%를 점유하고 있는 반도체 강국이다. 하지만 소재·부품·장비(소·부·장)의 해외 의존도가 높아 기술자립이 절실하다.

특히, 반도체 산업의 생명수라 불리는 초순수(初純水, Ultrapure Water)는 일본 등 해외기업에 전량 의존하고 있어 수출 규제 등 외부 환경에 매우 취약한 상황이다. 이에 환경부는 2021년부터 초순수 생산기술 국산화 사업을 추진, 2025년까지 약 450억 원을 투입해 초순수 실증플랜트의 설계·시공·운영을 비롯해 핵심 장치 3종의 국산화에 나서고 있다.

한국초순수학회는 지난 10월 26일 K-water 한강유역본부 1층 대회의실에서 ‘차세대 초순수 기술 및 사업화 활성화 방안’이라는 주제로 ‘창립 2주년 기념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와 함께 산·학·연·관과 연계해 초순수 제조·생산 및 운영관리의 연구개발과 기술혁신을 도모하기 위해 한국초순수학회가 2021년 출범했다. 창립 2주년을 맞은 한국초순수학회(회장 남궁은)는 지난 10월 26일 K-water 한강유역본부 1층 대회의실에서 ‘차세대 초순수 기술 및 사업화 활성화 방안’이라는 주제로 기념 세미나를 개최했다.

남궁은 한국초순수학회장의 개회사 및 김영훈 한국물기술인증원장과 김현식 K-water연구원장의 축사 모습(왼쪽부터).

남궁은 회장, 플랫폼 센터 구상 및 미래 기술 논의 필요

창립 2주년 기념 세미나에서 남궁은 한국초순수학회 회장은 개회사를 통해 “한국초순수학회는 지난 2년 동안 법인 설립, 조직 구성 및 회원 확보, 재정 안정화 및 운영 체계 구축, 국내외 전문가그룹 네트워킹 등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며 “짧은 기간 동안 수많은 국내 및 국제 기술 세미나와 토론회를 개최해 초순수에 대한 우리 사회의 관심과 이해도를 높였다”며 그간의 성과에 대해 설명했다.

이어 남궁은 회장은 “정부는 미래 산업의 핵심이자 국가 안보 자산인 반도체 산업의 기술 초격차를 유지하기 위해 기업, 인력, 기술, 소재·부품·장비 전반을 망라하는 반도체 초강대국 달성 전략을 지난해 8월 발표한 바 있다”며 “초순수 기술자립은 반도체 초강대국 달성의 전제조건이며, 초순수의 생산·공급은 물론 반도체 폐수 재이용 등 초순수 전 생애주기를 논의하고 초순수 플랫폼센터의 기본 구상 및 운영 방안, 그리고 초순수 기술의 현재와 미래 기술 전망에 대해 논의하는 것이 이 시점에서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화진 환경부 장관은 지면을 통한 축사에서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이 미국, 중국 간 첨단전략산업 패권 경쟁 속에서 초순수 생산 기술을 조속히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상황이다”며 “환경부는 초순수 기술의 성장과 시장선도를 목표로 초순수와 관련된 추가 연구개발을 진행하고 플랫폼센터를 조성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 장관은 “환경부는 반도체 초격차 확보와 초강대국 달성을 위해 소관 임무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초순수 전문가분들이 함께한 오늘의 이 자리가 우리나라 초순수의 청사진을 함께 그리는 소중한 기회가 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고 덧붙였다.

김영훈 한국물기술인증원 원장은 축사를 통해 “한국물기술인증원에서도 고순도 초순수 생산의 핵심 장치를 비롯해 실증플랜트의 수질 평가 등에 대한 국제적인 수준의 표준화와 인증 기반을 마련하도록 하겠다”며 “기업이 개발한 우수 제품과 기술이 국제적인 신뢰를 얻고 단기간에 수출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김현식 K-water연구원 원장은 축사에서 “초순수 국산화 사업을 수행해 K-water와 다양한 민간 회사들이 초순수 기술 개발에 힘쓰고 있고, 한국초순수학회에서는 홍보와 전문 인력을 모아 개발 과정에서 의견 협동과 정보 교류를 이끌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김 원장은 “초순수 분야는 일본과 미국에 비해 우리나라가 후발 주자이기는 하지만 이 과제가 완료되면 나름대로 국내 시장에서도 초순수 기술을 선도할 수 있을 것”이라며 “세계 시장에서도 머지 않아 우리나라 기업이 세계 민간 기업과 견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도체 소·부·장 기술 국산화 위해 적극 투자해야

이날 행사에서는 4건의 주제발표와 함께 전문가 토론이 진행됐다. 첫 번째 발제를 맡은 홍상진 명지대학교 반도체장비공학과 교수는 ‘반도체산업 경쟁력 강화’라는 주제로 발표했다. 홍상진 교수는 “세계 반도체 패권전쟁에서 우리나라의 입지를 견고히 하기 위해서는 반도체 기술의 자립화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홍 교수는 특히, “우리나라 반도체 제조업의 성장이 해외 소·부·장 업체의 성장을 견인했다”며 “해외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소·부·장 기술의 자립화가 시급하며 지금이라도 여기에 적극 투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홍 교수는 반도체 산업의 탄소중립과 관련해 “현재 반도체 분야에서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온실가스 인벤토리에 포함된 가스의 사용을 줄이는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며 “EU에서 그간 온실가스 사용량을 줄였으니 이제 배출량을 줄이자고 할 것에 대비해 배출량 저감을 위한 반도체 제조 기술의 개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1단계 실증플랜트, 수질검증·제품검증 마쳐 실공급 실시

임재림 K-water 연구위원은 ‘초순수 국산화 기술개발 현황’이라는 주제로 두 번째 발제를 맡았다. 임재림 연구위원은 “환경부는 2021〜2025년까지 443억 원을 들여 고순도 공업용수 생산공정 국산화 기술개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며 “이 사업을 통해 국내 기업이 핵심장비 3종인 자외선 산화장치, 이온교환수지, 용존산소 제거용 탈기막을 개발하고, 국내 기술로 설계·운영한 실증플랜트에서 초순수를 생산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임 연구위원은 이어 “실증플랜트는 반도체 웨이퍼 기업인 SK실트론에 1단계(외산장비, 1천200㎥/일)와 2단계(국산장비, 1천200㎥/일)로 나눠 구축 중”이라며 “현재 1단계 실증플랜트는 시운전을 통해 수질검증을 마쳤으며, 제품검증을 거쳐 초순수가 실공급되고 있다”고 말했다.

끝으로, 임 연구위원은 현재 개발 중인 핵심장비 3종과 성능평가방법의 개발 현황을 소개했으며, 향후 추진계획에 대해 “현재 2단계 실증 플랜트의 설계·시공을 추진하고 있으며, 내년 하반기부터는 본격적으로 1단계와 2단계 실증플랜트의 성능을 비교·검증하고 성능평가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초순수, 폐수처리·재이용 등 미래 기술 선점 필요

세 번째 발제자로 나선 정종민 전주대학교 환경생명과학과 교수와 이상호 국민대학교 건설시스템공학부 교수는 ‘차세대 초순수 기술 개발 방향’이라는 주제로 발표했다. 정종민 교수는 “최근 물부족 위험의 증가와 초순수 수요량 증가 및 필요수질 강화로 인해 폐수 재이용과 공정 고도화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으며, 사회적으로 ESG 경영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면서 초순수 분야에도 에너지 전환, 탄소감축 등의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 교수는 향후 반도체 초순수 분야의 도전 과제를 △수질 △수량 △지속 가능성 △국산화 등 네 가지로 꼽으며, 이에 대한 현존 기술과 한계점에 대해 설명했다. 또한 정 교수는 초순수 기술의 발전 방향에 대해 “고효율의 소·부·장이 개발돼 국산화에 성공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더 나아가 초순수 생산·공급뿐만 아니라 폐수처리 및 재이용이 포함된 사업장 내 물·에너지 순환 관점에서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으로 초순수 시스템의 운영·유지관리 부분에 AI(인공지능) 기술이 도입돼 조기 이상징후를 인지하고 대처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되고, 다양한 원수 수질에 따라 최적화할 수 있는 초순수 시스템 기술이 개발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초순수학회 ‘창립 2주년 기념 세미나’에 참석한 주요인사와 산·학·연 관계자 및 회원 등이 초순수학회와 초순수 산업 발전을 위해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초순수 전주기 지원할 수 있는 초순수 플랫폼 센터 기획

네 번째 발제를 맡은 탁세완 K-water 미래수자원처 처장은 ‘초순수 산업 육성을 위한 K-water의 역할’이라는 주제로 발표했다. 탁세완 처장에 따르면 우리나라 초순수 시장의 규모는 2021년 2조 원에서 2040년 4조3천억 원으로 증가해 연간 4%씩 성장할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 초순수 산업의 생태계는 열악한 실정이며, △해외 기술 선호 △높은 진입장벽 △업계 폐쇄성 △기술자립의 지난 등이 초순수 산업의 장애물로 지목되고 있다.

탁 처장은 “K-water는 초순수 기업의 동반 성장 및 국내외 시장진출을 위해 플랫폼 기업으로서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며 “반도체, 바이오 등 미래 첨단사업의 패권을 확보하기 위해 2030년까지 실증, 성능검증, 연구개발, 인재양성, 기업지원 등 전(全) 주기를 지원할 수 있는 국가 초순수 플랫폼센터 구축을 기획 중”이라고 설명했다.

초순수 R&D 센터, 민간이 육성하기 어려워 국가적 지원 필요

주제발표 이후 진행된 전문가 토론에서는 남궁은 회장이 좌장을 맡고 이정섭 한성크린텍 대표, 임재림 연구위원, 이상호 교수, 정종민 교수, 홍상진 교수, 탁세완 처장이 패널로 참석해 의견을 나눴다. 이정섭 대표는 “1단계 실증플랜트 시운전 시 발생된 트러블 슈팅(Trouble Shootings) 등을 잘 보완해 초순수 국산화 기술개발 사업을 잘 마무리해야 한다”며 “나아가 법제도 등의 마련과 초순수 R&D 센터의 건립이 조속히 추진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어 “앞으로 초순수 기술 개발을 추격하는 것이 아니라 선도하는 초순수 강소기업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전문가 토론에서는 남궁은 회장이 좌장을 맡고 이정섭 한성크린텍 대표, 임재림 연구위원, 이상호 교수, 정종민 교수, 홍상진 교수, 탁세완 처장이 패널로 참석해 초순수 기술 및 산업화 활성화 방안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임재림 연구위원은 “현재 실증플랜트에서 초순수를 생산할 수는 있지만 아직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많은 연구원들이 10여 년 전부터 연구해 왔지만 실제로 실증플랜트를 운영하면서 겪게 되는 예상치 못한 어려움이 많다”고 말했다. 임 연구위원은 “앞으로 실증플랜트를 운영하면서 많은 경험을 축적해 초순수 생산의 기술력을 올리겠다”고 덧붙였다.

이상호 교수는 미래 초순수 기술 개발에 대해 3가지를 제안했다. 이 교수는 “세계 초순수 시장의 변화를 인지하고 이에 맞춰나가는 것이 필요하다”며 “폐수 재이용, 저탄소, 자원순환·회수 등이 미래 초순수 기술로 지목되고 있어 이러한 기술들을 선제적으로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이 교수는 세계 초순수 선진 기업에 상응하는 설계·시공, 운영, 소·부·장 생산 능력을 구현하는 것에서 나아가 스타 소·부·장 육성, 운영 기술의 발전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이 교수는 국가 R&D 신규 과제에 대해 강조하면서 “초순수 시장은 민간 업체가 투자해 육성하기에는 어려운 특성이 있다”며 “국가적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고, 단계적이고 장기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초순수 기술 개발뿐 아니라 기업 요구사항 수렴 필요

정종민 교수는 미래 초순수 기술 개발에 대해 “현재 해외 선도 기업들이 독점하고 있는 기술이 아닌 공정 고도화 기술의 개발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R&D 투자를 통해 이러한 신규 시장에 접근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정 교수는 “나노입자를 통제하기 위한 실시간 나노분석 기술이 개발돼야 하는데 아직 해외 기업에서도 이를 개발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우리나라에서 나노분석 기술 개발에 적극 투자해 이 기술을 선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상진 교수는 “반도체의 관점에서 오늘 발표를 들어보니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며 “우리나라 반도체 제조 기술은 상당히 성장했고 앞으로도 지속 성장할 것이다. 따라서 제조 기술에 걸맞은 초순수를 생산해야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초순수 분야는 기업의 요구사항을 파악하기보다는 기술 개발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탁세완 처장은 “2025년에 2단계 실증플랜트 사업이 끝나면 2030년 초순수 플랫폼센터를 구축하기까지 5년의 공백이 생긴다”며 “환경부는 이 5년 동안 초순수에 대한 전략이 없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탁 처장은 “K-water에서는 초순수 플랫폼센터 구축의 기틀을 마련하고 R&D센터를 조성할 계획”이라며 “우리나라 반도체 기업이 원하는 수준의 초순수를 생산해 내기 위해 단계적으로 플랫폼 체계를 구축하는 데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배민지 차장] 

[『워터저널』 2023년 12월호에 게재]